감상문

파묘

프뢰 2024. 3. 18. 13:38

관심은 있었으나 엄청 보고 싶은 건 아니어서 미뤄두고 있었는데, 트위터에서 '너무 퇴마록 그 자체여서 웃겼다'라는 감상을 보고 바로 티켓 끊었다. 나는 비록 드래곤 라자파였지만 퇴마록도 무척 재밌게 읽었기에..  드래곤 라자의 장르인 판타지는 서양에서 유래하여 이미 레퍼런스가 풍부하고 한국에도 변종된 형태로 후계자들이 계속해서 등장하지만 퇴마록은 어떤 장르로 정착되지는 않은 듯 하다. 간간히 오컬트 소설이 나오고 있고 영상물로도 종종 나오긴 하지만.. 일본에서는 음양사물, 혹은 요괴물이 비슷한 장르라고 볼 수 있을까? 

재미있었다. 은근히 호러씬이 많이 나와서 꽤 장르물 성향이 강해 이런 영화도 히트할 수 있구나 하는 희망을 장르 매니아들에게 심어줬을 듯. 관객 천만 찍을 듯 한데 천만영화 목록 보니 그나마 비슷한 영화가 부산행이지 싶다. (나는 안봤지만..)  그정돈가..? 싶기는 한데 그렇다고 어디 뭐 약점이 강하게 있다던가 하는 부분은 없어보여서 흥행이 납득이 안될 정도는 아니고. 

중간에 밝혀지는 어떤 사실을 기점으로 분위기가 바뀌는데, 일반적인 평은 상당히 달라진다고 보고 전반부가 좀 더 나아보인다라는 평이 많은 듯. 나는 그냥 자연스럽게 흐르는 시퀸스라고 생각해서.. 대처법이 조금 달라졌다는 정도? 다만 후반부로 가면 확실히 제령이나 혼을 달래느니 하는 오컬트 전개라보단 그냥 게임처럼 보스몹을 때려잡는 방식라 전반부가 좀 더 분위기가 있어 보인다는 점은 맞는 거 같다.  

특기할 만한 점은 정말 순수한 '퇴마물'이라는 점. 보통 이런 소재를 다룬 작품의 흐름은 '귀신에 대한 믿음을 이용해 사람들을 등쳐먹는 사기꾼 집단이 진짜 귀신과 만나게 되서 고생하다가 어찌저찌 사태를 해결한다'라는 흐름이 많았을 텐데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그냥 진짜배기 전문가들이다. 풍수지리에 대한 논쟁('그런 건 다 사기다'라거나)을 다룰법도 한데 그냥 자연스럽게 비일상적인 소재를 일상처럼 사용한다. 왜 진짜 '퇴마록'영화라고 했는지 납득이 간다. 

내가 한국 영화랑 드라마를 잘 안봐서.. 그래도 2명의 시니어 배우(최민식, 유해진)은 익숙했지만 젊은이 2인조는 처음 봤다. (이도현이야 영화데뷔라 그렇다쳐도 김고은을 모른다고? 라고 하면 할말이 없음..) 4명이 본격적인 캐미스트리가 확 펼쳐져 나온다기 보다 작업을 하기 위해 모인 직업인들이 모인 것 같은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좋았다. 

하지만 여전히 내가 한국 영화들에게서 느끼는 단점은 여전했다. 소리 문제.. 뭐 못알아듣고 넘어간 부분은 많이 없긴 한데 그래도 몇몇 대사는 놓침. 못알아들을까 봐 청각에 굉장히 집중해야 하고 그래서 보는 거 자체가 피곤하다. 한국영화도 자막 달아서 상영해 주는 영화관은 없을까.. 

화제가 된 부분이 반일에 대한 부분인데, 오히려 일제시기를 다룬 거 치곤 굉장히 담백하게 넘어간 거 아닌가? 일제에 대한 비판도 없고 친일파에 대한 규탄도 없다. 박근현은 그냥 땅에 묶여서 악령이 된 거지 딱히 친일파라 사악한 인물은 아님. 그나마 일제가 우리 땅에 말뚝을 박았다 라고 하는 도시전설을 쓴 건데 작중에서 그럴 가능성은 1% 이하일 거라고 언급하고 (조심스럽게 다루고자 했다는 목적이 보이는 대사) 그렇다고 뭐 한국이 그로 인해 엄청난 피해를 봤다던가 하는 커다란 문젯거리로 보이지도 않는다. 주인공들이 파헤치지 않았으면 그냥 그렇게 흘러갔을 그런 문제. 암살도 그렇고 (이 영화 역시 보지 않음.. 평가만 봄) 요새 트랜드는 감성적인 접근보단 가볍고 무난한 접근이 먹히는건가? 반일 소재라 좌파들이 몰린다라고 욕하는 무리들에 대해선 언급할 가치조차 없다. 자기들의 안되는 능력을 남을 깎아내림으로서 벌충하고자 하는 자들은 역사상 언제나 존재했다. 

시리즈로 나올 법 한 소재라, 2가 나오면 볼 의사 있음. 퇴마록이랑 콜라보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