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즈믹
마사토끼 님의 리뷰 만화에서 알게 된 책. 메피스토상 출신들은 다들 장광설을 좋아하는 걸까? 책을 보게 되면 우선 어처구니 없는 두께에 놀라게 된다. 니시오 이신이 감명깊게 봤다더니 과연.. 니시오 이신이 등장인물의 잡담으로, 교고쿠 나츠히코가 요괴 지식으로 장광설을 펼친다면 이 작가는 등장인물 숫자와 말장난으로 글씨를 늘여 나간다.
소설의 절반 가량이 문제편에 가까운데, 정말 말도 안되는 상황의 연속이라 (스카이다이빙 중에 목이 잘리거나 태아가 태어나자마자 살해당하거나) 이거 해답도 말도 안되겠구나 하는 짐작을 하게 한다. 실제로 진상도 어처구니 없는데 (스포일러 있음)
결국 집단자살이라는 결론. 그런데 아무리 자살이고 협력자가 있다 해도 그렇게 순식간에 목을 자른다는 게 말이 되나 싶지만.. 애초에 이 소설은 추리소설이라기 보다는 능력자 배틀물에서 배틀만 뺀 수준이라.
필살기에 가까운 추리능력이라거나 추리 능력자들이 집단을 이뤄 사건에 대처한다던가 하는 비추리소설적인 부분은 나름 재미있었는데, 진상이 밝혀지는 부분에서 세계가 뒤집혔다고 온갖 호들갑은 떨더니 뭐 크게 임팩트가 있지 않아서 '그렇구나..' 하고 무난하게 납득하게 된다. 좀 더 기괴한 진상을 예상하고 있었는데.. 서문에서 이 소설의 핵심 모티브가 옴진리교 사건이라고 언급한 만큼 종교 집단이 배후이고 집단 자살이라는 진상은 어쩌면 당연한 결말이긴 하다. 그만큼 옴진리교 사건이 작가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는 뜻이겠지. 미야베 미유키도 옴진리교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고 여러모로 센세이션한 사건이었나 보다.
하지만 마지막에 jX가 최종 흑막(?)이라는 게 뭐 그렇게 대단한 반전이라고 그걸 마지막에 배치했는지 살짝 이해는 안갔다 ㅋㅋ.. 반전이 뭐 밑바탕에 깔려 있다가 그걸 깨부숴야 반전이지 난데없이 등장하면 ?하는 감상밖에 안들잖아. 애초에 설명 안하고 넘어간 부분이 굉장히 많아서 그거나 해명하지 하는 감상이 들지만 애초에 해답을 설정 안했을 가능성이 높겠지.. 그냥 이 밀실의 흐름은 유구한 역사의 일부이다 하는 여운을 주는 양식미 수준의 엔딩이었다.
그래도 어쨌든 궁금해서 책을 계속 읽게 만드는 흡입력이라는 것만은 확실히 있다. '문제작'이라는 단어가 참 잘 어울리는 소설인데, 애초에 이 소설은 미스터리의 형식을 띄고 있지만 미스터리의 핵심인 '진상'이 맥거핀에 불과하다는 사실 때문이다. 밀실경의 진실은 풀린 듯 하지만 결국 안 풀린 점이 훨씬 더 많다. 그리고 대충 그럴 거라는 게 책을 읽다 보면 감이 온다. 왜냐하면 전개가 너무 막나가서 이걸 논리적으로 납득 시키는 게 불가능할 거라서.. (그렇다고 SF라고 부를 정도로 대체현실까지 가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하나의 소재를 가지고 이렇게까지 파내는 집요함과 다양한 발상은 확실히 유니크하다. 너무 파내서 후반 가면 살짝 지루해지고 빨리 스토리 전개나 해라 하는 마음이 안 드는것도 아니다만.. 독특한 미스터리풍 소설을 읽어보고 싶다면 한번쯤 읽을 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