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가 교이치로 시리즈
아마 한국서 가장 대중적인 일본 미스터리 작가일 히가시노 게이고지만 내가 읽어본 작품은 용의자 x의 헌신밖에 없었기에 시리즈물을 한번 읽어보기로 했다. 헌신을 읽었다면 유키와 마나부 시리즈를 읽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긴 한데 가가 시리즈가 더 사람냄새가 난다고 해서..
시리즈 전체적으로 전형적인 캐릭터 조형이 자주 보인다. 가부장적이고 일만 아는 아버지, 가정을 돌보느라 지친 어머니, 도대체 왜 그러는지 알수 없는 악의를 품은 10대 청소년.. 물론 이런 캐릭터들이 현실에 많기에 소설에 활용하는 거겠지만, 약간 식상한 선까지 다루긴 한 듯.
탐정 캐릭터를 내새운 시리즈 치고 정작 탐정에 대한 비중은 크지 않아 이 소설 시리즈를 끌어가는 힘에서 가가라는 캐릭터의 비중은 약한 느낌이다. 가가는 무뚝뚝하고 건실한 형사 기믹에 충실할 뿐 범인이나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가 더 많다고 할까? 드라마 하기 딱 좋은 구성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있기도 하고. 그래서 그런지 주변인물들의 이야기를 소설 내내 조명한 '신참자'가 가장 재미있었고 참신했다. 한 살인사건이 발생한 거리를 둘러싸고 주변 환경의 이모저모를 묘사하고 소소한 수수께끼를 풀어내는 코지미스터리적 접근방식이 괜찮았음.
시리즈 전체 흘러가는 양상이 본격파 수수께끼 풀이 작풍에서 사회파 캐릭터 묘사 작풍으로 변해가는 것도 재미있는 점.
좀 어이없었던 건 '잠자는 숲'에서 모 캐릭터와 뜨거운 연인이 될 것처럼 포옹해놓고 이후 작품에선 아예 언급도 안된다. 딱 한줄 암시를 던지긴 하는데.. 그래놓고 마지막 권에선 새 캐릭터랑 이어질 거란 뉘앙스를 남긴다. '졸업' 때 연인도 그렇고 가정사에 상처를 가진 캐릭터 치곤 연애플래그는 잘만 꽂음. 뭐 그 상처를 막권에서 해소하긴 하지만.
히가시노 이전 내가 가장 많은 작품을 읽은 일본미스터리 작가는 미야베 미유키인데, 아직은 미아베 미유키 쪽이 좀 더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