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트 로드 퀘스트
내게 있어서 윤현승 작가의 최고 작품은 안타깝지만 여전히 하얀 늑대들이다. 이스트 로드 퀘스트는 (이하 이로퀘) 내 기준 오랫만에 접한 작가의 신작이었는데, 솔직히 좀 기대치엔 모자랐다.
세계관은 흥미롭고 좋았다. 보증된 재미 요소인 서유기와 성배 모험담의 조합! 변주도 적절했고 이걸 이렇게 활용했네 하는 재미도 있었다. 그러나 스케일이 너무 컸다. 하고 싶은 얘기가 너무 많아서인지, 완급 조절이 되질 않고 이야기가 끊임없이 달린다. 떡밥은 계속해서 나타나는데 정리가 안된다. 나름 정리한답시고 하긴 하는데 오히려 더 헷갈리게 만든다.. 중요한 설정들을 다 한번씩은 언급은 하고 떡밥도 풀어주기는 하는데 문제는 정말 한번 정도만 언급해서(...) 설정들을 내가 소화하기도 전에 많은 사실들이 쏟아지고 넘어가 버려 정리가 안된다.
엔딩에서도 등장인물들이 '우리가 지금까지의 모험들을 떠들고 정리할 시간이 있을 줄 알았는데' '난 내 방식대로 마무리했어' 하고 얘기하는 장면이 있는데, 하얀 늑대들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있었지만 그땐 그게 멋있는 마무리였는데 이로퀘에서는 멍..해지는 대목이었다. (그렇다고 엔딩 부분에서 그걸 하나하나 정리했어야 했다는 건 아니다. 그냥 전개과정이 아쉬었다는 얘기일 뿐)
분명히 각 장면장면들은 재미있었고 작품의 주제도 이해는 간다. 단 그것들이 유기적으로 연결이 잘 안되는 느낌. 솔직히 해적 파트는 좀 장황하다고 느꼈다.. 사막편도 나름 단축시킬 수 있지 않을까 싶었고. 금각 은각 모티브인 용들은 이야기 전개에 있어서 빼버려도 하등의 지장없는 내용이었지만 서유기 모티브인데 금각은각이 없으면 좀 그렇잖아? 서유기가 정말 다양한 캐릭터들과 모험이 나오는 소설이니까 아마 그런 양식을 따라하고자 한 게 아닐까 하는 추측. 몇몇 플롯은 처버리고 이야기에 쉴 틈을 줬으면 어땠을까 싶지만 뭐 내가 작가도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