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
브로커 봤다. 장르영화가 아니라 볼 예정은 없었던 영화였지만 출연진의 화려함과 각종 홍보영상(결정적으로는 아이유의 팔레트)에 낚여 관람.
한국영화는 오랫만에 봤는데, 자막없는 영화의 피곤함을 오랫만에 느꼈다. 자막에 신경써야 하는 게 더 피곤한 게 아닌가 싶을 수 있는데 자막없이 온전히 배우들의 육성만으로 대화를 듣다 보니 대사를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이게 한국영화의 음성녹음이 후진건지 내 귀가 약한건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최근에 본 한국 실사 컨텐츠가 오징어 게임인데 그거 볼때는 괜찮았던 거 보면 이번 영화가 구렸던 걸지도? 비슷한 생각을 '부당거래' 볼 때 했던 기억이 나네.
나이브한 영화라는 평을 많이 봤고 실제로도 그랬다. 영화 보면서 '야 저게 실제 상황이었으면 일이 저렇게 돌아갈 리가 있나'라는 생각이 굉장히 자주 듬. 뭐 그렇다고 현실과 똑같이 묘사할 거면 영화를 왜보나. 전개 방향 자체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만한 수준. 그래도 전개가 직접적으로 되는 게 아니라 대사나 장면으로 간접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마냥 따뜻하고 마음편히 즐기는 영화라고 하기엔 좀 딱딱한 맛이 있다.
사실 이해하기 좀 힘든 장면들이 몇몇 있는데, 소영은 왜 아이를 버리고 다음날 바로 다시 찾아갔는가? 보통 '꼭 데리러 올께'라는 대사는 나중에 엄마의 형편이 좀 나아진 미래에 찾으러 온다는 약속이잖아. 바로 담날에 갈꺼면 왜 버린거지; 베이비박스에 넣어두지 않은거야 잘 몰라서 그럴수 있다고 쳐도.. 그런데 쓰다 보니 그냥 아기를 잘 부탁합니다 뭐 이런 인사를 하려고 갔나? 싶긴 하네. 그래도 담날 바로 찾아가면 교회에서 아기 다시 찾아가라고 말한다던가 그럴 수도 있잖아. 애초에 살인 저질러서 도망치던 중인 캐릭터가 그런 선택을.. 이지은 인터뷰를 봤는데 배우 본인도 낙태에 대한 관점에 캐릭터에 대한 이해가 좀 힘들어서 감독과 면담하기도 하는 등 여러가지 생각을 한 듯했다.
소영을 임신시킨 남자의 배우자의 영향력은 어디까지인가? 경찰한테 그 아기의 양육권을 달라고 하는 건 뭐 그럴수 있다 쳐도 나중엔 조폭 똘마니 까지 나와서 4000만원까지 내가며 아기를 가지려고 하네. 그런데 그 똘마니가 상현의 사채업자.. 세계관이 좁은건지 넓은건지.
배두나 캐릭터도 좀 아쉽. 연기력은 훌륭한데 그 캐릭터가 뭘 추구하는지 잘 모르겠다. 뭔가 사정이 있는 거 같은데 언급되지 않아서 너무 겉면만 보여준 느낌이 든다. 주인공은 브로커쪽 4명이라 굳이 묘사 안한건가..
단점 위주로 말했는데 재미없는 건 아니고 볼만했다. 신파 느낌도 너무 많지 않고 적절하게 있다고 생각하고 나쁜짓을 하고 있지만 나름의 선의를 잃지 않는 영화적인 캐릭터들은 귀여문 맛이 있다.
덧. 일본 영화 감독의 영향을 크게는 못느꼈는데 딱 하나. '좋은 아침'이라고 인사하는 장면에서 좀 느꼈다. 한국에서 일상적으론 잘 안쓰는 표현이니까.. 너무 오하요 스럽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