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2022 호캉스.

프뢰 2023. 1. 6. 11:26

쓴 줄 알고 있었는데 안썼었구나.. 올해의 여름 호캉스. 
집도 이사했겠다, 썩 맘에 안찼었던 판교 메리아트 호텔을 패스하고 다른 호텔을 알아봤다. 집 근처고 일본식 분위기를 체험할 수 있다는 도미인 호텔로 결정. 

https://twitter.com/kmuknow/status/1594843785254834176

사실 이건 얼마전에 발견한 글이긴 하지만. 어쨌든 호텔 만족도는 높았다. 뷰는 그냥 도시 한가운데라 볼 거 없고 방도 좁은 편이라 그 부분을 중시하는 분에겐 별로일지도. 특징이라면 공용 목욕탕이 있다는 점과 라멘 제공이라는 점? 목욕탕도 크게 특이한 점이 있는 건 아닌데 평일에 가서 사람이 적었고 전용 엘베 타고 내려가니 약간 프라이빗한 느낌이 나서 좋았다(...). 라멘은 라멘인지 소바인지 애매한 식감이었는데 1그릇 먹자니 약간 부족하고 2그릇 먹자니 배부를 듯한 그런 양이어서 고민 좀 했다.. 결국 리필은 안함. 조식을 많이 먹으려고 한 결정이었는데 조식도 나쁘지 않았다. 호텔 조식이라면 생각나는 화려함 보단 정갈한 분위기. 여담으로 낫또를 여기서 첨 먹어봤는데 음.. 뭐 못먹을 정도는 아니지만 굳이 이걸 먹어야 하나 싶은 그런 맛. 약간 성게초밥의 성게랑 식감이 비슷해서 일본사람들은 이런 흐물흐물한 식감을 좋아하나 싶었다. 

호텔 들르기 전 뭘 할까 생각하다가 전시를 보기로 하고 (영화는 평소에도 자주 보니까. 공연은 주로 밤에 하고..) 아스테카 전시가 진행중인 국립중앙박물관을 구경하러 갔다. 첫 방문. 나름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늦은 감이 없잖아 있다. 아스테카 전시를 보느라 다른 곳은 좀 못 봤는데 일반 전시관도 다음엔 둘러보고 싶다. 아스테카 전시는 재미있었다~ 신화를 묘사한 거대한 원반이나 게임에서나 보던 마쿠아후이틀을 실물로 본 것이 기억에 남네. 

호텔에 들러서 한 것.

1. 신 하야리가미 3 : 초반 부분 플레이. 요새는 보기 힘든 비주얼 노벨 스타일 게임. ps 비타로 별로 할 타이틀이 없던 시기에 수입되어 고마웠던 시리즈다. 호러 추리 게임인데 1이랑 2,3 전개 스타일이 많이 다르지만 1이 특이했던 거고 2,3의 사건 접근 방식을 '오컬트' 루트와 '과학' 루트로 나눈 것이 기본이라고 한다. 솔직히 말만 걍 오컬트, 과학이고 사건의 핵심은 결국 괴기현상이라.. 괴기현상에 접근하는 방식을 2가지 스타일로 나눠논 건데 결론에 차이가 없어 크게 임팩트가 있는 방식은 아님. 뭣보다 이 게임의 세계관은 괴기현상이 실존한다는 것이 전제라 추리의 재미는 좀 떨어진다. 귀신이 범인이어서야 맥이 빠지잖아.. 이 게임의 재미는 괴기현상을 어디까지 묘사할지, 그리고 이에 대처하기 위해 주인공(호러 영화의 클리셰를 따라 미인..)의 분투를 보는 것에 있는 듯 하다. 평범한 사람이 이해할 수 없는 현상에 대처하기 위해 어떤 수단을 취할 것인가? 에 대한 궁금증. 호텔에서 혼자 하면 무서울까 싶었는데 애초에 그렇게 무서운 시리즈는 아니라.. 2편도 그랬는데 3편도 초반 에피소드가 가장 괴담스럽고 재밌었다. 
  
2. 잠중록 : 공식 홈페이지에서 예약하면 라운지 이용이 가능하대서 거기서 읽었다. 평일이라 그런지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넓진 않고 아담한 분위기. 커피머신이 회사에서 쓰는거랑 같은 기계라 회사가 생각나 조금 불쾌했다. 

삼계탕 고증 논란으로 구설수 있는 작품이지만 소설에서는 배경묘사로 딱 한줄 나와서 개인적으로는 크게 신경쓰이지 않았다. 역사 추리 연애 소설인데 3파트 중에선 연애 부분이 제일 괜찮았다. 추리 파트도 나쁘지는 않은데 스케일이 너무 커가지고 의문점이나 인물들의 목적, 동기등이 약간 정리가 안됐다. 중국이란.. 

3. 체스 올림피아드 관람 : 사실 가장 많이 시간을 쓴 부분. 마침 기간이 겹쳐서 한국 대표팀의 경기를 봤다. 뭐 별로 코멘트 할 부분은 없네.. 재밌었음. 사실 기존의 호캉스 루틴은 하스스톤 카드평가를 보는 거였는데 하스를 안하다보니.. 

4. 가면라이더 세이버 1화 : 얼마전에도 포스팅했지만 마침내 현재 방영중인 가면라이더를 거의 따라잡았다. 그런데 다 따라잡고 나니까 왠지 현타가 와서(...) 앞으로도 가면라이더 시리즈를 볼지는 고민 중. 솔직히 50화 분량이 장난이 아니라.. 1년 내내 방송하는 컨텐츠니 그렇겠지만. 보통 출퇴근 때 보는데 한 시리즈를 다 보려면 거의 1달이 필요하고 그 시간이면 일반적인 소설책을 4권은 읽을 수 있는 시간.. 그 정도의 즐거움을 가면라이더 시리즈를 보면서 느꼈는가 하면 약간 애매.. 

5. 나츠메 우인장 극장판 : 다음날 조식을 먹고 라프텔에서 봤다. 작년의 토토로 이후 마음먹은 루틴 중 하나로 애니메이션 극장판을 하나씩 보려고 한다. 일반적인 영화랑 애니메이션 영화는 감성이 약간 다르니까.. 우인장은 만화책만 봤고 애니메이션은 이번에 처음 보게 되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아마 만화책에 있었던 에피소드일텐데.. 어쨌든 우인장은 옴니버스 형태로 각각의 단편이 늘 비슷하게 따뜻한 감정선을 건드려주는 매우 안정적인 만화. 사람에 따라 단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려나? 그래도 20여권에 걸쳐 이렇게 안정적이기도 쉽지 않을듯. 애니메이션 영화로 할 수 있는 뭔가 역동적이거나 별개의 에피소드는 없었지만 그래도 충분히 재밌었다. 


별 이슈 없으면 내년에도 여기로 갈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