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문

2023년 도서 결산

프뢰 2023. 12. 28. 09:51

어김없이 돌아온 올해의 best 3.

3. 기이현상청 사건일지 

이산화 작가는 가끔 단편집에서만 봤고 온전한 소설집으로 본 건 처음인데, 딱 기억에 남게 될 재미있는 책이었다. 귀신, 영적 존재가 실존하는 세계관으로 이들을 관리하고 대응하는 '기이현상청'이라는 가상의 정부기관의 직원들이 등장하는 옴니버스 단편집이다. 보통 이런 가상의 세계관이 등장하면 이 세계관을 이해시키고자 쓸데없는 사족이 들어가거나 설명 부분이 길어지는 글들이 있는데 이 소설은 자연스럽게 세계관을 이해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본다. 

한국SF 소설들이 시장성을 나름 획득하면서 한국을 소재로 한 소설들이 많아졌는데, 한국대중의 취향인지는 모르겠으나 드라마를 강점으로 삼고 생각해 볼 법한 주제를 추구하는 소설들이 많은 것 같다. (개인의견!)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그런 부분도 놓치지는 않지만 은근히 서브컬쳐적인 그림이 잘 보이는 부분이 좋다. 조악한 비유지만 한국식 라이트노벨달까? 실패한 초과학적인 산물을 수습하는 소동의 생동감이라거나 사이비 교의 마법적인 존재를 조정하는 부분이라거나.. 소설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타락한 세종대왕을 퇴치하는 부분인데(...) 절대 권력을 비판하는 주제도 챙기면서 조상신을 정령에 비유하여 다루는 부분과 주인공 캐릭터들이 꽤나 장르적이다. 

계속해서 확장이 가능한 세계관이라, 후속작이 꼭 나왔으면 하는 소설. 

2. 젊은 독자를 위한 서브컬쳐론 강의록

우에하시 나호코의 '수호자 시리즈'나 산다 마코토의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사건부'를 꼽을까 고민했지만, 최종적으로는 평론인 이 책을 선택했다. 위 두 소설은 그냥 평범하게 재미있었다로 정리할 수 있지만 이 비문학(...)은 여러모로 생각거리를 줬기에. 

나는 창작물과 사회 현상을 묶어 평론하는 방식을 좋아하지 않는다. 사회 현상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모든 개인이 다를 것이거니와, 작가가 직접 '나는 이런저런 일을 겪었기 때문에 이런저런 소설/만화/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라고 직접 설명하지 않는 이상 오독의 가능성이 굉장히 크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말하는 작품의 해석에는 꽤나 설득력을 느꼈는데, 그건 그냥 '사회가 이러한 상황이니 작품에도 그런 경향이 반영되었을 것이다'라는 근거 없는 추측이 아니고 1차적으로 작품의 구조 자체에 대한 해석을 먼저 하고 나서 이후에 이걸 사회와 연결시켜 명확해 보이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예시로는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에 대한 해석에서 '하루히는 이미 친구들과 함께하는 즐거운 일상이라는 그녀의 가장 중요한 내면적인 욕망을 이미 실현했기에 표면적인 욕구였던 오컬트에 대한 집착은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하게 되며, 이는 현대사회의 변함없는 일상에 대한 따분함을 싫어하는 독자들의 욕망과 닿아 있다'라고 말하는 부분. (기억에 의존해 쓴 문장이라 책의 정확한 표현과 다를 수 있음) 과연, 책의 중요한 주제를 이미 달성했기에 후속권이 안 나오는 건가 납득.. 그래도 마무리는 해야지 이 양반아! 

이외에도 여러 작품의 해석에 도움이 될 유용한 툴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책의 결론엔 창작물이 앞으로 다가올 현실을 반영하고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수 있을지 약간 회의적인 태도를 견지하는데, 과연 어떻게 흘러갈 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1. 화산귀환

연말에 만난 대박 작품.. 감상은 얼마 전에 썼으니 생략. https://preux3.tistory.com/99 정말 오랫만에 끝장나게 몰입해서 읽은 소설. 생각해보면 낙향문사전도 이렇게 몰입해서 읽었는데.. 장르물이라면 판타지도 SF도 미스터리도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나지만 가장 끌리는 세계관은 무협인 걸까?  


여러 모로 대박 작품이 많았던 23년. 영상물은 다음 포스팅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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