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0. 30. 11:05 감상문

작안의 샤나

보이미트걸 설정이나 일상/비일상을 교차시키는 연출 등 많은 클리셰를 정립한 시대를 풍미했던 라이트노벨. 예전에 한번 읽었었다가 포기했었는데, 어쩌다가 다시 읽게 되었다. 

22권이라는 분량이 히트작이라는 걸 감안하면 짧다면 짧을 수 있고 길다면 길 수 있는데, 작가의 스타일이 그런 건지 히트작이라 분량을 늘린건진 모르겠지만 좀 장황한 부분이 있다. 특히 전쟁묘사가 그렇게 자세할 필요가 있나 싶었음. 전략이 맞부딫치는 머리싸움이 있는것도 아니고 대규모 전투씬이 돋보이는것도 아니고 그냥 '대단한 녀석'과 '대단한 녀석'이 싸우는 걸 보여주고 싶다 까지만 보였다. 

또 하나 답답했던 점은 너무 숨기는 게 많다. 특히 최종 보스의 목적-신세계-는 그 실체가 최종권까지 전혀 드러나지 않아서 그게 뭐가 문제인지, 구체적으로 어떻게 막는게 답인지 감이 안잡혔다. 맥거핀으로 퉁치고 넘어가기엔 너무 핵심 주제인데.. 사실 끊임없이 뭔가를 숨기고 있어보이는 척 하는 건 소위 중2병 라노벨,만화에 흔한 전개방식이긴 하지만 그게 밝혀지는 카타르시스가 있어야 완성되는 법인데. 외전 3권이 후일담이라 캐릭터들의 결말을 보완해주는데 이게 무슨 외전이야 그냥 본편이지.. 

서술 방식도 살짝 거슬렸는데 예컨대 이런 식이다. 

날씨가 맑고 화창하다. 그렇게 덥지도 않았다.
"야 일을 그딴식으로 처리하면 되냐?"
당분간은 안정된 기온이 유지될 듯하다.
"어쩌라고 그럼 니가 하던가"
지구온난화로 인해 폭염이 계속되는 요즘, 이런 날씨는 정말 소중하다.
"말을 그렇게 하면 안되지. 니가 맡은 업무잖아."

이런식으로 묘사와 대사가 교차하며 전개하는 방식이 자주 나오는데, 한두번이라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자꾸 나오니까 슬슬 짜증이 났음. 묘사에 집중하고 있는데 상황이 다른 대사가 나오면 그쪽에 집중에야 하고 다시 묘사가 나오고.. 헷갈리고 집중이 안됨. 
페이드인되며 대사가 흘러나오는 애니메이션 연출을 도입하고 싶었나 본데 소설에선 안맞는 방식이 아닐까.. 

좋았던 점은 캐릭터 묘사는 나쁘지 않았는데, 특히 감정표현이 섬세한 게 의외. 물론 구닥다리 감성이 살짝 묻어나오긴 한데 그래도 캐릭터의 의도나 감정 변화를 신경써서 묘사하는 게 느껴졌다. 또 작가 스스로 액션소설을 강조하는데 과연 전투액션씬은 좋았다. 다 때려부수는 맛이 있음. 

종합하자면 오타쿠의 교양을 쌓는다는 의미에서 읽을 만 하지만 그렇게까지 추천작은 또 아니었다. 뭐 '어떤 마술의 금서목록'이나 '제로의 사역마'와는 달리 읽다가 포기하지 않았으니 내 기준 어느 정도의 완성도는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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