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로 읽은 찬호께이의 소설. 제목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알라딘에서 진행한 '이 시대의 3대 미스터리를 뽑아보자' 기획에서 선정되어 '그정돈가?' 싶어서 읽고 싶어졌다.
읽어보니 그 정도구나 하고 납득했다. 여섯 개의 단편이 시대를 거슬러가며 역순으로 진행되는데, 첫번째 단편을 읽을 때만 해도 분명 잘 쓴 미스터리지만 이런 느낌이 계속되면 걸작이라고 할 정도는 아닌데 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두번째부터 사건의 스케일도 커져가고, 홍콩이라는 배경의 사회상을 생생히 반영한 현장감과 각 단편을 관통하는 주인공의 행동양식-정의에 대한 신념과 그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회색의 영역도 거침없이 침범하는 과감성-이 어떤 원리에서 비롯되었는가를 어떻게 밝힐 것인가 하는 전개에 대한 기대감이 이 책을 계속 읽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리고 그것을 소설의 마지막 한 문장으로 멋지게 해소하는 연출력 또한 발군. 사실 마지막 단편에서 서술트릭이 있을 거라는 건 애초에 1인칭 시점의 화자를 밝히지 않는 시점에서 너무 뻔한 점이었는데, 그걸 감안해도 충분히 납득이 되고 속을 가치가 있는 연출이었다. 그야말로 시대의 흐름의 아이러니를 느낄 수 있게 하는.
소설의 특징으로는 미스터리 소설의 커다란 두 갈래-본격파, 사회파-가 조화롭게 융합되어 있다는 점이다. 보통 본격을 강조하면 트릭에 치중하여 캐릭터가 엉성하고 배경이 작위적인 느낌(고립된 섬 같은)이 되고, 사회파 미스터리는 사회상을 묘사하느라 사건 자체는 흥미롭지 않게 되는데 이 소설은 두 장르의 팬 모두 만족할 수 있을것이다. 이런 게 능통한 작가는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를 꼽을 수 있을텐데, 약간 가가 형사 시리즈를 1권으로 압축한 느낌이다. (이 시리즈도 처음엔 본격물로 시작하지만 끝으로 가면 사회파로 변하는 특징이 있다)
단점으로는 역시 중국 소설답게 스케일이 너무 크다. 사건 자체가 크다기 보다 한 사건을 구성하는 데 많은 요소가 들어있어서 좀 과하다는 느낌을 준다. 사람도 많이 엮여있고 속이기 위한 트릭도 많이 들어가고.. 짜맞춘 듯한 느낌이 든다. 납득이 안 갈 정도는 아닌데. 내가 이걸 다른 소설에서 느낀 게 또 다른 중국소설 잠중록에서였어서 중국소설의 특징인가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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