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3. 29. 13:57 감상문

2021년 결산.

틈날 때마다 쓰고 있는 2021년 best 3. 이번 년도는 인생작이라 할 만큼 재미있는 건 많지 않았다. 

 

도서 부문.  

1. 환생표사

회귀물이 엄청나게 쏟아지고 있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무협+회귀물은 많이 접해보지 못했었다. 네이버웹툰에 웹툰화 된 작품만으로도 상당한 것 같지만.. 일개 쟁자수가 기억을 가진 채로 대형표국의 공자로 회귀 환생하게 되어 벌어지는 사건들을 다룬 소설로, 메인 스토리를 다룬다기 보다 각각의 표행을 주인공의 수완과 전생의 기억을 통해 해결하는 옴니버스식 구성이다. 무공도 기연을 통해 강하기는 하지만 사건의 해결은 주인공의 머리와 말빨로 해결하는 게 볼거리. 각 사건이 스피디하고 몰입감 있게 전개되서 소위 '눈을 뗄 수 없게'만드는 전개방식이다. 소소한 단점으로는 개인적으로 회귀,환생물은 그 환생을 어떻게 설득력있게 다루는가를 중요시하게 생각하는 편인데 그 부분은 별 비중이 없었다는 점, 또 사건 해결이 결국 주인공의 원맨쑈로 해결되는 원패턴으로 간다는 점. 뭐 단행본으로 따지면 8권 정도니까 적당한 선에서 끊은 셈.  

2. 내 마음속 위험한 녀석
일본 러브코미디 만화. 일본 럽코에 많은 아싸한테 미인이 반하는 전형적인 판타지. 이 만화의 특기사항으로는 그 남녀의 썸타는 부분을 극대화시켜서 감질나고 달달하게 묘사하고 있다는 거. 이미 누가 봐도 둘이 좋아한다는 게 티가 나지만 만화적인 허용으로 전개를 시키지 않고 썸의 연출에 집중하고 있다. 장난을 잘 치는 타카기 양의 히트 이후 유행하는 러브코미디 패턴이긴 하지만 조금 더 진지함을 가미한 느낌? 이 만화 보고 러브코미디가 당겨가지고 이것저것 찾아보고 있는 중.. 
 
3. 여왕 폐하의 해군
내가 sf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을 때부터 명성을 떨쳤으나 결국 한국에는 달랑 3권만 출간된 아너 해링턴 시리즈. 하드밀리터리SF로 명망이 높았는데 해링턴이 여자였다거나, 2권부터 패미니즘 주제를 다뤘다는 게 재미있었다. 뭐 너무 표면적으로 다뤄서 좀 속보이는 느낌이기는 했지만. 누구나 욕할만한 캐릭터들을 내세워서 '나는 이정도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하는 듯한.. 그래도 남성우월주의에 찌들었던 인물들이 갱생해나가는 무난한 도덕적인 재미(?)가 있음.  

1권 바실리스크 스테이션은 세계관을 소개하기 위함인지 기술적인 부분을 설명하는 파트가 많아서 꽤나 딱딱했는데 2권에서는 그런 부분이 많이 줄긴 했지만, 그럼에도 역시 워쇼스키 돛이라던가 하는 개념들이 직관적으로 와닿지는 않아서 sf에 안 익숙한 사람이면 금방 떨어져 나가겠다 싶었다. 사건 전개가 시원시원하고 1권에서도 있었던 점이지만 마지막 장면의 서스펜스가 생생해서 머리속에 그림이 절로 그려진다.     

 

영상 & 게임 부문.


1. 나의 아저씨
방영 시 트위터에서 폭력적인 장면과 중년 남자 미화로 꽤나 논란이 있었던 작품. 애초에 별 관심이 없었는데 송은이 장항준의 팟캐스트 시네마운틴에서 재미있게 봤다는 리뷰가 나와서 보게 되었다. 

한국드라마를 거의 보지 않았는데, 오랫만에 한국식 신파의 맛을 제대로 느꼈다. '널 반드시 울리고 말겠어'라고 말하는 듯한 상황설정과 눈물연기들.. 특히 가족, 사회 인간관계가 너무나도 K스러워서 이런 한국식 가족온정주의, 우리가 남이가 정서, 남자에게 의존해야 하는 사회적 약자인 여성상을 싫어한다면 충분히 비판할 수 있을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쨌든 드라마가 말하고 있는 가치 - 즉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되자는 의도 자체가 나쁜 건 아니라고 봤기에 내 기준에서는 허용범위였다. 사회적인 문제를 개인적인 부분에서 해결하고 있다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지만 뭐 드라마에서 많은 걸 바라는 것도 좀.. 불우한 환경의 여자가 구원받아나가는 일차원적인 서사지만 그만큼 감정적인 만족감이 있다. 

2. 신 에반게리온 극장판

솔직히 그렇게 재미있진 않았지만 그냥 개인적인 애정점수가 커서 선정. 어찌됐든 완결이 나긴 나는구나 하는 짠한 마음이 컸다. 

결국 기존 TV판이나 '엔드 오브 에바'의 내용을 좀 풀어쓴 정도의 작품이라 딱히 메시지적으로 새롭거나 하지는 않아서 감흥이랄 건 별로 없었다. 그나마도 새로운 극장판만의 상징들을 추가해놔서 기존작보다 쉬워진거지 일반적인 기준으로 보면 딱히 이해하기 쉬운것도 아님(...). 주제 면에서 간결하게 풀어쓴 거지 작품 내적으로 보면 서드 임팩트 등의 설정들을 관객들이 이해할 수 있게 풀어내려는 노력은 여전히 없었으니까. 뭐 그건 기존의 에반게리온도 똑같았지만 이번작의 경우 평가가 좋길래 전개 방식도 좀 개선되었나 하고 기대했었으나 그건 과한 기대였던 것 같다. 

결국 마리라는 캐릭터가 핵심이었다. 단순히 주인공과 커플링을 이뤘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엔딩 자체가 마리와 이어지고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연출이었으니까. 단역급 말고 주연급 비중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 중 유일하게 새롭게 추가된 캐릭터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야기 전개에서 왜 이 캐릭터가 중요한 지 느끼게 해 주는게 아닌 '신지에게 중요한 캐릭터'라는 결말을 줌으로서 의미를 부여했다는 게 허탈한 감상이 드는 부분.  
 
결국 감독의 사소설이다 하는 감상이 많고 동의하는 부분이 많지만 그런 해석에 흥미는 없다. 작품은 공개된 순간 감독의 손을 떠나는 법이고 받아들이는 사람 나름의 감상이 있는 법이니까. 기존 에반게리온의 주제는 단순히 '오타쿠에게 가하는 일침'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근본적으로는 사람간의 관계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작품이었다. 동시에 캐릭터, 그림이 좋았기에 팬이 된 거고. 이번 신극장판도 그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이었다. 메타픽션적인 부분이 늘어났고 그다지 작품에 녹아드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그냥 팬심에서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의 연출. 
 
3. 스파이더맨 3 노웨이홈 

12월에 간신히 건진 best 3. 아직 내 기준 최고의 스파이더맨 영화는 애니메이션 뉴 유니버스지만 이 영화도 만만치 않게 좋았다. 그러고보니 둘 다 팀업 소재네. 

스파이더맨 1의 웹스윙 씬의 경쾌함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이후로도 그 정도로 시원한 뷰는 영화에서는 느끼기 힘들었고 ps4 스파이더맨에 와서야 비견할 법 했다. 물론 그 시절 기준으로 대단하다고 느낀 거지만.. 그 이후로 한국 개봉한 스파이더맨 영화는 모두 봐왔고 자연히 이 영화에 대해서도 좋게 평가할 수 밖에 없다. 이게 되네.. 싶은 놀라운 느낌이 크긴 하지만. 

톰 홀랜드 스파이더맨에 대한 주요 비판으로 아이언맨에 너무 의존하는 서사라는 것이 있는데, 나는 뭐 그런 스파이더맨도 있을 수 있지.. 정도의 감상이었다. 벤 파커 역할을 아이언맨이 하면 안된다는 법은 없으니까. (그 정도로 크게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은 하지 않지만 어쨌든) 그러나 이번 영화는 아이언맨 의존에서 벗어나는 것에 더불어 너무 큰 시련을 스파이더맨에게 던져줬다는 게 포인트. 아니 이렇게까지 해야해..? 불행해야 스파이더맨이라는 장르적 법칙을 어느 정도 수용한다 해도 넘하는 거 아냐 ㅠ 

아무리 스파이더맨 캐릭터가 착하다고 해도 빌런에게 너무 다정한 거 아니냐 싶긴 했다. 난생 처음 봐서 속도 모르는 사람들을 닥터 스트레인지와의 갈등까지 감수하면서까지 도와주려고 하다니. 아마 그 빌런이 예정된 배신?을 하는 시점에서 많은 관객들이 피터가 스스로 불행의 씨앗을 품은 거 아니냐 라고 생각할 법 했다. 특히 요즘처럼 고구마서사를 싫어하는 풍토라면.. 그래도 스파이더맨의 매력은 결국은 선한 길을 선택하는 심성이겠지. 

 

덧붙임. 제일 중요한 걸 언급을 안했었군. 데어데블의 복귀!! 영화관에서 보다 놀라서 입 틀어먹았다.. 루머는 얼핏 들은 거 같긴 한데 완전 잊어먹고 있었거든. 빨랑 시리즈 다시 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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