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6. 15. 10:03 감상문
수성의 마녀에서 대화의 중요성
트위터에서 수성의 마녀에 등장하는 많은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대화'를 드는 경우가 많은데, 물론 소통과 대화가 중요하지만 사실 대화는 어디까지나 기본이고 결국 아직 중요한 갈등은 21화시점에서는 풀리지 않았다는 게 참 갈길이 멀다는 생각이 든다.
수성의 마녀의 큰 갈등구조는 2갠데, 1. 프로스페라와 슬레타의 관계. 이건 근본적으로 에리에 집착하는 프로스페라와 그에 휘둘리는 슬레타라는 구도로서 결국 슬레타는 자신의 어머니의 강압을 극복해야 하는 입장이다. 이 구도에서 슬레타로서는 21화 시점에서야 서서히 자신의 상황의 문제점을 깨달아가는 단계고 이 단계에서는 '서로 자신의 입장과 주장을 나눠보며 협의점을 찾아보자'는 성숙한 소통을 할 수 있을 정도의 판단력과 스킬을 갖추고 있지 않다. 사춘기 때 자신을 이해하지 않는 부모한테 그런식으로 접근하는 아이가 과연 있을까? 문을 쾅 닫아버리는 아이들처럼 건담을 타고 프로스페라를 쏴 버리러 가는 게 전개가 좀 더 자연스럽겠지(...).
소통을 시도한다면 프로스페라-즉 부모가 했어야 했다. 그리고 이미 프로스페라는 대화를 많이 했다. 1기 마지막에서 보이듯이 슬레타를 자기 맘대로 휘두르려는 의도가 너무 보일 뿐.. 뭐 애초에 악역(이랄까 극복대상)이니.
이 부분은 결국 마지막으로 가면 프로스페라와 슬레타가 총질을 신명나게 벌이고 대화한 뒤 해피엔딩이면 잘 수습될거고 배드엔딩이면 결별하는 그런 흐름일 거라 어쨌든 무조건 대화를 하기는 할 듯(...)
(별개로 프롤로그 시점까지만 해도 단순한 복수극 전개를 예상했는데, 콰이어트 제로가 나오기 시작하더니 이야기가 복합적인 구조가 되었다. 솔직히 좀 맞물리는 감각이 아니라 이야기가 깔끔한 전개는 아니라고 생각)
2. 어시안과 스페시언의 대립 : 이 문제는 착취하려는 스페시언(자본주의)과 그에 대응하는 어시언라는 참으로 현실적인 갈등이다. 물론 미오리네가 지구 대표들과 협상을 하러 내려가는 등 소통의 노력을 하긴 하나, 작중에서도 뒤집어졌듯이 인간의 욕망과 사회 구조의 견고함은 개인의 대화의지와 행동으로 해결을 보기에는 두터운 벽이다.
소통을 폄훼하고자 하는 바는 물론 아님. 궁극적으로는 결국 그렇게 가야 하고.. 하지만 현실에서도 그렇듯이 대화는 기본이고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 개선이나 당하는 쪽에서도 저항 의지와 실력을 보여 주어야지만 원하는 바를 누릴 수 있다. 제국주의자들은 결코 말로는 물러서지 않는다. 한국만 해도 지배를 받은 경험과, 경제,정치적 사정 때문에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던 역사를 동시에 갖고 있는 나라니까. 그럼 샤디크가 잘했다는거냐? 라고 하면 음.. 민간인 테러나 미오리네에 대한 요상한 집착(...)만 안했어도 좀 더 지지를 받았을 텐데.
뭐 이 부분은 너무 거시적인 주제고, 개인적인 캐릭터들간의 관계에 있어서 대화가 중요한 건 맞다. 단지 대화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커다란 문제가 캐릭터들 앞에 쌓여있는 것 뿐.. 대화는 그런 문제 앞에서 서로 연대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수단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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