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간 수련했던 검도는 잠시(잠시일지..) 접고, 영춘권 도장을 등록했다. 

먼저 검도를 중단한 이유는.. 부담되서다. 여러번 썼지만 검도는 막상 가서 하면 그냥저냥 할만한데 가기 전에는 심리적으로 너무 가기 싫었다. 왜 그럴까 생각해봤는데, 일단 체력적으로 빡세다. 그게 운동하는 이유 아냐? 라고 하면 할말이 없지만.. 내가 뭐 몸만들려고 하는것도 아니고 그냥 적당히 움직이는 수준이면 될 거 같은데 전력질주 급의 운동을 1시간이나 꾸준히 하는 게 영 부담이 되었다. 그럼 그렇게 힘든 걸 감수할 만큼 검도란 운동이 재미있느냐? 라고 물으면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는 게 최종 결론이었다. 검이라는 무기에 대한 로망은 있었지만 검도 자체가 재밌었던 건 아니라고 해야할까.. 

사실 운동 자체를 안하는 게 제일 베스트지만(...) 어쨌든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고 싶기 때문에, 다른 운동을 찾아보다가 영춘권을 떠올렸다. 예전부터 관심은 있었지만 도장이 집 근처에 없어서 못하고 있었는데, 작년에 집이 이사했을 때 도장이 근처에 있는 걸 알게 되었다(그래도 버스는 타야해서.. 바이크에 대한 욕구가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그땐 아직 검도를 계속 할만해서 넘어갔는데 다른 운동을 찾다 보니 영춘권이 후보에 올라갔고, 결정했다.   

영춘권이 한국에서 알려지게 된 계기는 90% 이상이 영화 '엽문'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나도 그때 알게 되었다. (근데 지금 찾아보니 11만명밖에 안봤네.. 모르는 사람이 훨씬 많겠구만) 이소룡의 스승이 주인공이라는 것도 흥미있었지만 초근접무술, 여성이 창시했다는 점 등 유니크한 면이 나의 힙스터 감성을 자극했다. 엽문 영화는 총 3편을 봤는데, 그 중 엽문 3 ( 원제 '엽문전전') 는 단관개봉을 해서 종로의 서울아트시네마 극장을 찾아가서 봤다. 영화관통합정산망 자료에 의하면 이 영화는 전국에서 단 7명이 봤는데 그 중 하나가 나다(...). 액션신 나쁘지 않았는데..

당시에 내가 검색할 수 있는 수준에서는 도장이 단 3곳 있었는데 (지금도 많지 않다만) 다 또이또이하게 멀었다. 지하철로 40분은 걸렸던 것 같다. 결국 몇개월 다니다 포기.. 그리고 그때는 운동은 좀 빡세게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어서 땀도 잘 안나는 수준의 운동을 이렇게 멀리 다니면서까지 해야 되나 싶었다. 게다가 그때 엽문 영화 영향으로 사람도 드럽게 많았어서 좀 답답했다; 

어쨌든 얼마 전에 도장을 방문하고 참관을 했다. 확실히 마이너한 운동답게 운동하시는 분이 사범님 포함 단 4명. 이거 운동할 때 농땡이는 못치겠군.. 그런데 타이밍 희안하게도 내가 구경온 날 같은날에 또다른 관객이 있었는데 외국인과 한국인 부부였다; 배우러 온 건 아니고 남편(외국인)이 영춘권(인지 이소룡인지 엽문인지) 팬이라  잠깐 한국 온 김에 구경하러 온 거란다. 오 과연 글로벌 무술.. 근데 외국에 더 도장이 많을 거 같은데. 

참관하고 등록 후 운동 중. 2일 나갔다. 소념두(투로)와 스텝 등을 배우고 있는데 이 스텝에서 재미있는 점이 있다. 검도와의 차이점인데, 검도의 자세는 기본적으로 고정되어 있고 오른발이 앞으로, 왼발은 발꿈치를 살짝 들고 있고, 언제든지 튀어나갈 수 있게 체중은 오른발에 살짝 실린 상태이다. 반면 영춘권은 왼발이 앞으로 올 수도 있고 오른발이 앞으로 올 수 있어서 스위칭이 가능하고 이 때 체중은 언제나 뒷발에 쏠려 있어야 한다. 

검도의 스탠스의 의미는 명확하다. 일격필살. 연습에서도 한번 머리를 칠 때마다 온 몸을 던지듯이 치고 나가야 한다. 타격을 성공하고 나서도 기세가 남아 몇 발자국 나아가게 되어 있다. 한 발을 까치발을 세우기에 불안정하지만, 그만큼 폭발력을 강조한다.

영춘권의 스탠스는.. 이틀차가 뭘 알겠나; 단 거리감각이 좀 재미있는데, 기본적으로 권법이라고 하면 복싱 같은 타격기를 생각하고 실제로 타격을 가르치지만 손이 맞닿은 거리에서 공방이 이뤄진다. 복싱이나 무에타이보다는 유도의 거리감각에 가까움. 복싱이 잽을 던지며 상대와 나의 거리감을 파악한 뒤 위빙 등으로 상대의 헛침을 유도한 후 내 주먹을 맞히는 느낌이라면 영춘권은 아예 붙어서 상대의 손을 직접 제압하고 내 주먹을 안전하게 적중시키는 느낌? 아마 잡기 기술도 좀 있을법한데.. 예전에 딱 한 기술 배웠던 기억이 난다. 여기서도 가르칠진 모르겠지만. 

확실히 주 2회 나가도 몸에 큰 부담이 없는것이 (단 발차기 연습을 하고 나니 다리근육통이 좀 있긴했는데 이건 뭐 적응의 문제일거라..) 내가 기대한 정도의 운동량이라 만족스럽다. 물론 영춘권도 빡세게 하려면 얼마든지 빡세게 할 수 있겠고 실제로 오래하신 분들이 치사오를 격렬하게 하는 거 보면 좀 힘들겠다 싶긴 하지만 저것도 다 조절은 할 수 있어보였다. 

아쉬웠던 점은 무기술은 잘 안 가르치는 듯 싶다. 팔참도는 그렇다쳐도 육점반곤은 꼭 배우고 싶었는데.. 고수가 되면(?) 슬쩍 물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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